서점을 운영하며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을 만지다 보면, 가끔은 문장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래어들이 정작 그 문장이 담고 있는 고유한 결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요. 오늘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낯선 단어 사이로 스며드는 문장의 온도 차이
서점에 방문하시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은 ‘감성’이라는 말 대신 ‘정취’라는 말을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출간되는 많은 독립출판물이나 에세이를 큐레이션하다 보면, 영어 기반의 외래어를 적절히 섞어 쓰는 것이 트렌드처럼 자리 잡은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는 그 단어가 가진 무게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우리말을 고집해야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무드(Mood)’라는 단어를 써서 분위기를 설명할 때와 ‘운치’ 혹은 ‘결’이라는 단어를 쓸 때, 독자가 느끼는 공감의 깊이는 사뭇 다릅니다.
* 외래어 중심 문장: “공간의 무드가 참 좋네요.” (가볍고 세련된 느낌)
* 우리말 중심 문장: “이 공간의 결이 참 따뜻하네요.” (깊이 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느낌)
물론 모든 상황에 우리말만 고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매끄러운 외래어로만 채워지다 보면, 때로는 문장이 주는 투박하지만 진실된 울림을 놓치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책장을 채우는 큐레이션, 단어 하나에 담긴 철학

북큐레이터로서 테마별 도서 목록을 구성할 때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 중 하나는 바로 ‘제목과 목차의 조화’입니다. 최근에는 감각적인 느낌을 위해 영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책들이 많아졌지만, 저는 그 의미를 우리말로 어떻게 치환하느냐에 따라 그 책의 첫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제가 큐레이션 목록을 만들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 단어가 독자의 머릿속에 즉각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가?
* 혹시 세련되어 보이기 위해 본질적인 의미를 흐리는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가?
* 우리말을 썼을 때 문장의 호흡이 더 편안해지는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책이라는 매체는 ‘정서’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직관적인 우리말을 사용하여 독자가 책의 주제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일상 속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는 작은 연습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외래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카페에서 주문할 때부터 업무용 이메일을 쓸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 퇴근길에 메모장에 제가 오늘 사용한 말 중 ‘대체할 수 있는 예쁜 우리말이 있었을까?’를 적어보곤 합니다.
거창한 국어 공부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내뱉는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어떤 색채로 남을지 고민해보는 과정입니다. 낯선 외래어의 차가운 느낌 대신, 우리말이 가진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일상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 여러분의 하루도 조금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외래어 사용을 무조건 지양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외래어는 새로운 개념이나 문화를 전달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다만,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거나 정서적인 울림이 필요한 문맥에서 우리말 대신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책 제목을 지을 때 외래어와 우리말 중 무엇이 더 좋을까요?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책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다면 영어나 외래어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독자의 감성을 깊게 건드리고 울림을 주어야 하는 에세이나 문학이라면 우리말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일상에서 예쁜 우리말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시집이나 산문집 같은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는 것입니다. 작가들이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발견하는 눈이 생깁니다.